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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안내견과 함께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입니다.

블로그 카테고리 'Hot Issue'는 삼성에버랜드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전하는 공간입니다.

최근 지하철에 안내견과 동반 탑승한 시각장애인에게 폭언을 가한 '지하철 무개념女'가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의 필요성과 안내견에 대한 인식 전환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아래 글은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을 분양받아 사용하고 있는 강시연氏가 지난 7월 24일 한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 직접 올린 글입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느끼는 안내견에 대한 얘기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with Everland를 통해 소개해드립니다.

※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삼성화재가 후원,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시연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안내견 '지미'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2년 째 안내견과 함께 하고 있는 한 명의 시각장애인입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용기를 내서 글을 적는 이유는 이 글을 접하시는 많은 분들께 부탁의 말씀과 더불어 저희의 일상에 대해 조금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발생했던 '지하철 무개념녀' 사건으로 인해 열흘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안내견과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이전에도 안내견과 외출을 할 때면 많은 관심을 받긴 했었지만, 이 사건 이후로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에는 비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물론 그 대부분의 관심이 호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 감사한 마음이 무척이나 크고, 앞으로도 더욱 좋은 모습으로 변화되리라는 기대 또한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한 분의 시각장애인과 그 안내견 친구의 상처를 계기로 생긴 변화라는 것, 그리고 이 사건의 당사자가 어쩌면 내가 될 수도 있었으리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안내견이 더욱 알려지고 있고, 인식과 이해의 변화가 생기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따뜻한 눈으로 안내견을 사랑해 달라는 부탁말씀을 먼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 자, 그럼 이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일상에 대해 잠시 말씀을 좀 드려볼까요?

안내견 친구와의 외출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안내견 역시 주인과의 외출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만큼 걷는 내내 꼬리가 정신없이 흔들거리곤 하는데요. 그러면서도 절대 주인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주는걸 보면 참 대견합니다. 발걸음을 맞춰 목적지를 향해 함께 걸어가고, 손끝을 통해 나누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주인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한 번씩 돌아보며 확인하는 귀여운 친구와의 동행은 저의 가장 큰 기쁨중의 하나입니다.

그런 저희에게 가끔씩 발생하는 장애물, 그건 바로 '지나친 관심'입니다.
신기한 마음에 입으로 소리를 내어 안내견을 부르는 사람, 동의 없이 안내견을 만지거나 먹을 것을 건네는 사람, 신경이 분산되고 자극을 줄 수 있는 카메라 셔터를 번쩍번쩍 터트리며 촬영하는 사람. 모두가 호의에서 비롯된 관심이란 건 알지만 안내견 친구와 저에게는 무척이나 지치는 일이고, 때로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일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지나친 관심들은 안전한 보행을 위해 극도로 집중하고 있는 안내견의 집중을 깨뜨리는 일이고, 보행 중 잠시 쉬고 있는 안내견의 휴식을 방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이런 분들께 양해의 말씀을 구하면, 안내견이 싫어하거나 물기 때문에 그런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천성적으로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친구들인지라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지나치면 주인과의 교감과 호흡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또한 안내견이 되는 훈련과정동안 조금이라도 공격성을 보이는 친구들은 절대 안내견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안내견이 위험할거라는 걱정을 하고 계신다면 그 걱정은 내려 놓으셔도 될 것 같아요.

어쨌든 이렇게 호의에서부터 오는 관심도 관심이지만, 가끔은 악의를 담고 있는 관심으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는 합니다. 얼마 전 그 사건이 대표적일 텐데요. 속상하게도 어제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친한 동생이 남양주에서 서울로 향하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그야말로 봉변을 당했다는 겁니다. 안내견 친구와 함께 서있던 지하철 안, 갑자기 만취한 취객이 다가와 안내견의 얼굴을 발로 가격했다는 경악스러운 이야기에 저는 정말이지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ㅡ 취객은 주위 승객들의 온갖 비난을 받아야 했고, 신속하고 적극적인 제압으로 바로 다음 역에서 끌어내졌다고는 하지만 상처받고 놀란 안내견 친구와 동생의 마음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요? 제가 더 속이 상하고 억울한 건, 저희가 가진 시각장애로 인해 이런 일이 발생해도 미리 막거나 제대로 대처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일이 생길 때 마다 정말 제 자신 스스로에게 어찌나 화가 나는지, 그리고 안내견에게 어찌나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정말 부끄럽기만 합니다.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을 다해 저희에게 헌신하는 이 소중한 친구들이 결국은 저희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척받고 상처받아야만 하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죄스럽기만 합니다. 어디가 아파도 소리 내서 보채지도 않는 친구들입니다. 이렇게 해를 입어도 자기 상처를 살피기보다는 주인이 혹시 다치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는지 주눅 들어 주인의 눈치만 살피는 착한 친구들입니다.

그런 안내견들에게 자꾸만 사람들로 인한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냥 단순히 만취한 한 사람이 벌인 일 때문에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닌지 생각하시는 분들도 아마 계실텐데요. 하지만 씁쓸하게도 우리나라에 60여 마리밖에 없는 안내견과 그 사용자들에게 있어 이러한 경험은  모두들 최소 한 번쯤은 겪고 지나가게 되는 그런 과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안내견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르거나, 개를 데리고 있다고 욕설을 듣는 것은 가벼운 일에 속합니다. 출입을 거부당해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일도 너무 익숙합니다. 눈앞에서 탑승을 거부당해 떠나 버린 버스나 택시를 바라보는 것도, 억지로 탄 버스가 난폭운전을 해 불안해하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안내견은 발을 밟혀도 절대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확인해 보겠다면서 일부러 발을 밟으려고 하는 사람, 함께 걸어가다 느닷없이 나타나 하네스(안내견 등에 채워진 손잡이)를 낚아채 마구 흔드는 사람, 아무런 이유 없이 지나가는 안내견을 발로 차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있습니다. 이런 악의에 맞서 저와 안내견 친구는 과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걸까요?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해도 부족하기만 한 시간입니다. 안내견 친구가 은퇴를 해서 제 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소중하게 아껴주고 사랑해주고만 싶습니다. 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이 함께 도와주시지 않는다면 힘이 든 일이기도 합니다.

시각장애인과 그들의 안내견이 더 이상은 상처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눈빛으로만 사랑해주시고, 되도록 주위 많은 분들께 안내견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앞으로는 이런 비정상적인 일들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친구의 가슴 아픈 일상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이해와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실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서 꺼낸다는 것에 많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 될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서 이렇게 용기를 내었고 머지않아 분명히 그 결과가 있으리라 믿으면서 오늘의 이야기는 이만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제 글을 끝까지 관심 갖고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따뜻한 관심,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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