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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편지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왔는지 아침 저녁으로 살짝 추운데요, 가을이 되면 직접 적은 손편지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이메일을 이용하면 편한 점도 많지만, 컴퓨터가 없던 제 어린 시절엔 크리스마스 카드도 직접 만들어 보내던 기억이 나네요. 최근엔 손편지를 볼 수 없었던 제게 따뜻한 손편지가 건네져 이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대구대학교에 재학중인 고보경씨와 최유민씨는 친구사이입니다. 교육학 전공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둘 다 눈이 불편하다는 점도 비슷한데요, 지난 2월 유민씨가 먼저 안내견 '포부'를 분양받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안내견을 신청한 시각장애인은 안내견과 생활하기 전에 적응 훈련을 받게 되는데요, 그 과정도 안내견 양성과정 만큼이나 만만치 않습니다. 통상 안내견학교에서 2주,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2주, 총 4주간 호흡을 맞추는데 평소 개를 직접 기르기 힘들었던 시각장애인은 개에 대한 기본 관리법(목욕, 빗질, 칫솔질 등)도 배우고 안내견과 보행을 배웁니다. 



8월에는 친구인 고보경씨도 안내견 파트너 교육을 받고 '두리'를 분양 받았습니다. 먼저 용인의 안내견학교에서 2주 교육 후 대구 현지교육을 진행했는데요, 훈련을 마무리한 신규돌 훈련사에게 뜻밖의 손편지 2통이 전해졌습니다. 편지를 확인하니 고보경씨와 최유민씨가 자신을 지도해준 안내견 훈련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적은 내용이었습니다. 


<편지 원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두리에요.

선생님 덕분에 두리랑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과 함께 훈련 했던 시간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선생님이 읽기 힘드실 것 같아 이만 줄일게요.

다음이 뵈면 그 땐 제가 차를 살 터이니 선생님은 또 맛있는 밥 사주세요.

감사합니다. 



멍멍 포부에요, 선생님을 다시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항상 새로운 길을

걸을 때 많이 겁이 나는데 선생님 덕분에 이번엔 힘들지 않았어요.

맛난 밥도 먹고요 보경이랑 선생님이랑 얘기도 많이해서 즐거웠어요.

다음에도 또 오세요, 감사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보경씨는 초등학교 이후 손편지를 써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유민씨의 경우에는 선천적으로 실명한 터라 기숙사 룸메이트가 곁에서 도와 가며 2장의 편지를 완성했다고 하네요. 그녀들의 정성 어린 편지를 받은 신규돌 훈련사는

 

"그 친구들이 평소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고맙다고 편지를 써준 성의를 생각하니 제가 오히려 더 고맙네요. 안내견 훈련사로 그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된 것 같아 뭉클하고 뿌듯합니다." 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용인까지 운전할 훈련사 선생님께 초콜렛과 함께 편지를 전해주며 조심 운전을 당부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하니, 저 역시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네요. 명필은 아니지만, 또박또박 써 내려간 2통의 편지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편지임에는 분명할 것 같습니다.


※ 사진 : 박나래 주임 (삼성에버랜드 국제화지원그룹)